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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쓰기8

변신 변신 변신의 후유증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나는 겨우 현관을 넘은 후에 소파에도 닿지 못하고 쓰러져 생각했다. 여기까지 온 것만도 다행이다. 변신은 내 몸에 무리를 준다. 자기 시간을 늘리라던 마스크 쓴 의사의 이야기를 떠올린다. 속 편한 소리. 나는 살기 위해 변신하는 것이다. 내가 변신 없이 모을 수 있는 돈은 없었다. 돈이 없으면 집도 밥도 옷도 없다. 어쩌면 벗도 아내도 마찬가지다. 다시 깨었을 땐 시계가 네 시간쯤 더 달렸다. 부주의한 나는 움직이려다 신음했다. 현관 전등이 괜한 호들갑인 덕에 나를 조금 살필 수 있었다. 나는 아직 신을 신은 채 현관과 거실을 잇는 조그만 다리 같은 꼴이다. 이 집과 문 밖을 이어주는 것이다. 저 문 밖을 나가려면 또 변신을 해야 한다. 현관과 거실을 번갈아 노려.. 2024. 2. 13.
담쟁이 담쟁이 수직의 석벽에 목숨을 달아 울음은 눌러삼켜 푸름을 채운다. 맵차운 바람에 갈색으로 스러지나 새 잎 살 계절을 꿈 추며 간다. 붉은 각설탕 2017년 6월 24일 10시 2024. 2. 11.
추측 추측 나무가 흔들려 바람을 알았다 긴 시간 외면한 찻잔 속 얼굴들 적막에 흔들려 마음을 알았다 붉은 각설탕 2017년 2월 12일 17시 첫 구절 씀. 2024년 2월 6일 04시 50분 가운데 구절 넣음. 2024년 2월 6일 00시 20분 셋째 구절 붙임. 2024. 2. 6.
새해 첫 날 새해 첫 날 새해 첫 날 무거운 가방 두꺼운 옷 걸쳐 매고 찬바람에 손 찔러넣은 컴컴캄캄 주머니 그 깊은 속 손가락 끝에서 나온 새카만 까마귀는 아침의 가로등 끝에 앉아 와악와악 비명듣는 새해 첫 날 인적 드문 거리 과일장수는 행여 길가 과일을 벌여놓고도 서로의 흰 입김은 못 본 척 지친 날을 지나친다. 붉은 각설탕 (2011.1.2작, 2018년 1월2일 수정) 2024년 2월 6일 재 수정 2024. 2. 5.
불면증 불면증 나는 불면증 있다고 남에게 자꾸 얘길 한다 나는 불면증 있다고 말하곤 곧잘 자곤 한다 사실 불면증이 뭔지 곰곰히 따진 다면 없다 자꾸 불면증 있다는 이유는 깊은 밤이 되면 도저히 참기 힘들 정도로 하루가 너무 짧고 열번은 족히 본 영화도 꽤나 흥미진진 하고 나만 밤 못자서 쓸쓸한 노래가 듣기 잔잔한 밤 혼자 부비적 한 밤중으로 넘어가면 어느 새 날아 어기적 샛 새벽으로 넘어가다 보면 어라 날이 밝아오나 마나 골아 떨어지곤 또 나는 불면증 있다고 남에게 자꾸 얘길 한다 나는 불면증 있다고 말하곤 곧잘 자곤 한다 붉은 각설탕 2019년 10월 25일 21시 2024년 2월 5일 고침 2024. 2. 5.
시샘 시샘 역사로 새긴 비석을 보았으나 내 마음은 아직 글을 깨치지 못했다. 2024. 2. 4.
철길 철길 흔적이며 미래 단단한 평행선으로 달아오른 쇳덩이는 두려움에 몸을 떨다 소스라치게 식어 바닥에 차게 누웠다 2024년에 고쳐 씀. 2024. 2. 3.
옷장 옷장 문을 열면 쏟아져 드는 가느다란 빛을 타고 날아오르는 작은 먼지에 그 시간이 보이나요. 무엇을 찾으려는지도 모르면서 뒤적 뒤적 헤매어보면 보이지않던 그 기억이 있나요. 눈 감아 품에 꼭 안고서 깊은 숨을 들이쉬며 아는 향기에 닿는다면 돌아갈 수 있나요. 문 닫고 기대선 빈 손이 가리고 막아서 보지만 닫힌 문틈 사이로도 마음이 새어나와요. 닫힌 두 눈 사이로도 마음이 새어나와요 붉은 각설탕 2021년 10월 2024. 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