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변신의 후유증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나는 겨우
현관을 넘은 후에 소파에도 닿지 못하고 쓰러져
생각했다. 여기까지 온 것만도 다행이다. 변신은
내 몸에 무리를 준다. 자기 시간을 늘리라던 마스크
쓴 의사의 이야기를 떠올린다. 속 편한 소리. 나는 살기
위해 변신하는 것이다. 내가 변신 없이 모을 수 있는
돈은 없었다. 돈이 없으면 집도 밥도 옷도 없다. 어쩌면
벗도 아내도 마찬가지다.
다시 깨었을 땐 시계가 네 시간쯤 더 달렸다. 부주의한
나는 움직이려다 신음했다. 현관 전등이 괜한 호들갑인
덕에 나를 조금 살필 수 있었다. 나는 아직 신을 신은
채 현관과 거실을 잇는 조그만 다리 같은 꼴이다. 이
집과 문 밖을 이어주는 것이다. 저 문 밖을 나가려면
또 변신을 해야 한다. 현관과 거실을 번갈아 노려보다
눈빛이 누그러졌다. 그래, 여기가 아주 적절한 위치가
아닌가.
나는 다시 눈을 감고 호흡을 줄여갔다.
붉은 각설탕
2017년 02월 04일 09시